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는 최근 세계 ESS 시장이 2020년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리튬이온전지 ESS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충ㆍ방전 용량이 높은 바나듐 레독스나 나스(NAS) 기술에는 소홀한 상황.
김영준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바나늄 레독스 전지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기화학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ESS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 대표(41)는 이 점에 착안했다. 그는 "최근 일본 등 선진국은 여러 ESS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추세"라며 "당장 성패를 점칠 수는 없지만 대기업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매출 400억원대 강소기업 삼영기계의 2세다. 대학 졸업 후 한때 가업승계 수업을 받기도 했던 그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 벤처기업을 차린다고 할 때는 주위에서 다들 만류했다"며 "일각에서는 편법 승계를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에서 만난 동료 2명과 함께 시작한 분야가 바로 VRFB-ESS. 그는 "시장이 크고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에 도전하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며 "무(無)에서 출발해 외국 원서를 뒤지며 연구해 3년 만에 30억원을 들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VRFB는 휴대전화 배터리 같이 고체로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액체 상태의 전해질에 전기가 저장돼 물처럼 흐르며 충전과 방전 작업을 할 수 있는 ESS다.
한 대표는 "최대 2만회의 충ㆍ방전이 가능해 한 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필요한 산업계나 전력 출력이 불안정해 최소 10시간 에너지 저장이 필요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VRFB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국내 중소기업에 시간당 100㎾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를 공급하며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대ㆍ중기 협력도 빛을 발했다. ESS를 개발하면서 적합한 인버터를 찾지 못한 한 대표는 지난해 9월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사정을 알게 된 구 부회장이 즉각 인력과 장비를 보내 적시에 ESS 개발ㆍ설치가 가능했다는 게 한 대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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